신용회복경험담
스물일곱, 무모했던 투자의 끝에서 다시 시작하다
- 최고관리자 오래 전 2025.04.28 10: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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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도입부: 평범한 연구실의 일상
저는 올해 27살, 수도권 국립대학의 이공계 대학원에서 석사과정 중인 연구원입니다. 생활은 단순했어요. 오전 9시에 실험실로 출근하고, 늦은 밤까지 데이터 분석이나 실험 반복. 방학도, 주말도 연구실과 도서관을 오가는 일상이었습니다. 한 달에 100만 원 정도의 장학금과 과외, 프로젝트 지원금으로 용돈 벌이를 하며 지냈죠.
주변 친구들이 취업하고 사회에 나가는 걸 보며 조급함도 느꼈습니다. 나도 뭔가 ‘남들보다 앞서가고 있다’는 느낌을 갖고 싶었고요. 그 무렵 SNS나 커뮤니티에선 부동산 투자로 수익 냈다는 글들이 자주 보였고, 나도 해볼 수 있을 거라는 근거 없는 자신감이 생겼습니다.
2. 전개: 작은 시작이 부른 큰 빚
처음엔 분양권 투자를 시도했습니다. 부모님 몰래 저축은행에서 3천만 원을 빌려 계약금을 냈고, 나중엔 시중은행 2곳에서 추가로 대출을 받아 잔금을 맞췄습니다. 감당 가능한 수준이라고 생각했어요. 집값은 오를 거라 믿었고, 전세를 놓으면 월세 부담도 없을 줄 알았습니다.
하지만 현실은 달랐습니다. 입주가 미뤄지고, 분양가는 떨어지고, 전세는 잘 안 나가고... 결국 추가 대출로 이자만 겨우 갚는 상황이 됐습니다. 그렇게 3년 만에 총 채무가 1억 7천만 원까지 불어났습니다. 이자만 매달 90만 원 이상 나가고, 생활비는커녕 라면으로 끼니를 때우는 날이 많아졌죠.
머릿속은 온통 돈 걱정뿐이었습니다. 실험은 집중이 안 되고, 지도교수 눈치도 보였습니다. 도망치고 싶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벼랑 끝에 몰렸던 시기였습니다.
3. 위기: 끝이라는 생각, 그리고 전환점
결정적인 계기는 저축은행에서 ‘채무 불이행자 등재 예고’ 문자를 받은 날이었습니다. ‘이젠 정말 끝이구나’ 싶었죠. 부모님한테는 아직 말도 못 했고, 친구들한테 말하는 건 더 창피했습니다. 일주일 넘게 방에서 나오지도 않고, 학교도 가지 않았습니다.
그러다 우연히 한 인터넷 글에서 ‘개인회생’을 알게 됐습니다. 처음엔 너무 겁났어요. ‘내가 법원에 간다고? 파산자 취급 받는 거 아니야?’ 근데 자세히 알아보니, 이건 채무자가 다시 설 수 있게 돕는 제도더라고요. 그때부터 조금씩 자료를 모으고, 익명으로 상담도 받아봤습니다.
상담받을 때 솔직히 눈물이 날 뻔했습니다. 내 상황을 비난하지 않고, 해결책을 제시해주는 사람이 있다는 것만으로도 위로가 되더군요.
4. 해결: 개인회생 신청과 인가 과정
상담을 받은 후 곧바로 서류 준비를 시작했습니다. 소득증명, 채무내역, 지출내역을 정리하느라 거의 한 달은 걸렸어요. 이후 정식으로 법원에 신청했고, 인가까지 약 4개월이 걸렸습니다.
법원은 제 생활 수준과 수입, 빚의 성격을 다 따졌고, 결국 월 42만 원씩 3년간 총 1,512만 원을 변제하는 조건으로 인가를 받았습니다. 나머지 금액은 3년 후에 면책되는 방식입니다.
제일 힘들었던 건 주변의 시선이었어요. 법원에 출석하는 날엔 괜히 숨고 싶었고, "저 사람이 나를 판단하지 않을까" 하는 걱정이 들었습니다. 하지만 정작 판사님은 따뜻한 말투로 “젊은 분들이 용기 있게 재기하는 건 의미 있는 일입니다”라고 말씀해주셨습니다. 그 말에 눈물이 핑 돌았습니다.
변제계획 시작 후엔 씀씀이를 철저히 관리하기 시작했어요. 배달은 끊고, 공용식당만 이용하고, 불필요한 지출은 아예 차단했습니다. 덕분에 지금은 월 변제금을 꾸준히 내며, 생활도 조금씩 안정돼 가고 있습니다.
5. 결말: 지금, 그리고 다시 앞으로
현재는 개인회생 2년 차입니다. 총 24개월 중 단 한 번도 변제금을 미납하지 않았습니다. 월세 방에서 자취하며 연구에 집중하고 있고, 내년 석사 졸업과 함께 취업을 준비 중입니다.
무모한 선택이 가져온 빚이었지만, 개인회생을 통해 다시 살 수 있는 기회를 얻었다는 게 감사할 뿐입니다. 부모님께도 결국 솔직하게 말씀드렸고, “네가 다시 일어섰으니 됐다”는 말을 들었을 땐 참 많이 울었습니다.
앞으론 안정된 직장을 갖고, 다시는 무리한 투자는 하지 않을 겁니다. 그 대신 실력과 경력을 차근차근 쌓아갈 생각이에요.
마지막으로, 저처럼 젊은 나이에 잘못된 선택으로 큰 빚을 지게 된 분들께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부끄러워하지 마세요. 누구나 실수는 합니다. 중요한 건 그다음입니다. 개인회생은 '실패자'를 위한 제도가 아니라, '다시 시작하려는 사람'을 위한 제도예요. 용기 내세요. 정말 다시 시작할 수 있습니다.